경위서 작성, 그리고 심리적 불안 탈출기
바쁘게 직장생활을 하던 중, 큰 고비가 찾아왔다. 바로 "경위서 작성". 경위서를 작성하게 되었다는 건 당연히 직장생활에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세세하게 기록하진 못하지만, 결국 "정도를 지키지 않고 나의 생각으로 진행했던 일"에서 큰 실수가 발생했다. 또한, "그냥 묻어지고,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결코 그냥 지나가지 않고 터지게 된다"라는 교훈 역시 얻었다. 너무나도 신기하게도, 그냥 혼나지 않고 그냥 넘어가고 싶다라는 이 속마음을 누군가가 본 것처럼, 바로 이를 드러나게 해주었다.
직장생활에서의 발생하는 다양한 실수들에서 남탓, 상사탓, 동료탓을 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 투덜거리면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 실수가 아무런 주변의 원인 없이 오롯이 나의 실수에 기반한 것이라면, 어디 탓할곳도 없이 끝없이 자기 자책과 심하면 자기 불신의 결과까지 가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실수는 더더욱 힘들었고, 사실 아직도 마음이 무겁고, 내일부터의 출근이 두렵다. 경위서를 제출하며 또 한 번 수많은 대화를 상사와 나누고, 어두어진 나의 표정을 보며 나중에는 조그마한 농담도 하는 상사가 고마우면서도, 마음은 계속해서 무겁기만하다. 마음이 예민해지고 무거워지니, 평소에 아무렇지 않아보였던 일들까지 커져보이고, 이 일들이 또 문제를 발생시키진 않을까, 내가 또 실수하진 않을까, 끝없는 불안이 넘쳐흐른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빠르게 어느 정도 훌훌 털어버리라 말한다. 털어버리지 못하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상까지도 문제처럼 보이고 불안해지게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집에서 나올 때 이전에는 생각이 없었지만, 괜히 가스를 켜고 나온 것만 같은 불안, 집문을 잠그지 않아서 문제가 생길것만 하는 불안 등이다. 이를 심리학적으로 "범불안"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인데, 생각과 불안이 길어지니 이제 모든 것들이 불안요소가 되었다. 물론 경위서를 쓰며, 앞으로의 과정에 "경각심"을 갖고 더 철저하게 체크해야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너무 지나친 불안으로 인해 하루에 주어진 에너지가 빠르게 소모된다.
가만히 있다보니 너무 끝없이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것만같아, 방을 치우기 시작했다. 청소력이란 말이 있듯이 마음이 뭔가 복잡하게 어려울 때,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다. 그동안 보지 않았던 책들, 물건들을 모두 꺼내어 다락방으로 옮겼다. 버릴만한 것들은 과감하게 버렸다. 그리고 몇년동안 작성했던 다이어리가 있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듯 한 번 읽어보았다. 아, 내가 예전에는 이랬었구나. 이런 고민들이 있었구나. 이런 행복한 일들이 있었고, 나의 2021년도, 2020년도...를 살펴보며 추억에 빠지게 되었다.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그 때 나는 뭐가 그렇게 좋아서 예전 연인을 매일 만났을까. 그렇게 행복했었을까? 빼곡하게 써져있는 글들을 보니, 또 한편으론 고뇌가 많았었던 때도 있었던 것 같다.
누구나 한 번 쯤 힘든 상황을 겪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심리적 불안을 떨쳐버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쭉 정리해서 힘들 때마다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방청소를 하는 것도 좋고, 날씨가 좋다면 개인적으로 아무 생각없이 끝없이 걷는 것도 좋았던 것 같다. (지금은 너무 춥지만...) 벌써 2022년도가 끝나간다. 한 번쯤은 나에게 2022년도는 어떤 의미였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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